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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주식을 블록체인에서 사고파는 날이 올까?

2026.09.23

SEC가 연 5년짜리 주식 토큰화 실험

애플 주식을 사려면 증권사 앱을 연다. 그런데 앞으로는 같은 주식의 권리를 블록체인 위에서 주고받는 방식이 더 익숙해질 수도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SEC는 2026년 9월 17일, 일부 토큰화 주식을 새로운 방식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조건부 면제 조치를 발표했다. 모든 주식의 토큰화를 전면 허용한 것은 아니다. 종목과 거래량을 제한한 실험이다. 공식 발표

무엇을 바꾸려는 걸까? 먼저 ‘주식을 토큰으로 만든다’는 말부터 알아보자.

주식을 코인으로 바꾼다는 뜻일까?

주식을 산다는 건 회사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는 뜻이다. 배당을 받고,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권리 등이 따라온다.

토큰화는 자산이나 권리를 블록체인에 기록한 디지털 토큰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주식에 적용하면 ‘애플 주식 → 그 주식에 대한 권리 → 블록체인 토큰’으로 이해하면 쉽다.

다만 이름에 ‘애플’이 붙었다고 모두 같은 상품은 아니다. 애플 주가가 오르면 수익을 주도록 설계한 합성형 토큰은 가격에 연동된 수익을 제공해도 애플 주주로서의 권리는 주지 않을 수 있다. SEC의 구조별 설명

이번 면제 대상은 원주와 같은 배당권·의결권·청산 시 잔여재산 권리를 제공해야 한다. 원주가 거래 정지되면 토큰 거래도 함께 멈춰야 한다. SEC 명령

핵심은 주식의 권리를 유지하면서, 기록하고 이전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종이 주식 증서와 디지털 토큰을 비교하는 코타
토큰의 이름보다 그 안에 담긴 권리가 중요하다. 실제 애플 토큰 상품을 나타낸 그림은 아니다.

SEC가 열어준 문은 어디까지일까?

이번 조치의 이름은 Innovation Exemption이다. 대상은 TSV(Tokenized Securities Venue), 즉 토큰화 증권 거래 플랫폼이다.

조건을 충족하면 증권거래법상 ‘거래소’ 정의에서 일시적으로 제외돼 거래소 등록 없이 운영할 수 있다. 명령은 게시 후 5년이 지나면 만료된다. 9월 17일에 게시됐으니 2031년 9월까지다. SEC 명령

아무 블록체인 거래소나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거래용 자산을 모아둔 ‘유동성 풀’과 자동화된 거래 규칙을 사용하고, 허가받은 참여자가 거래하는 구조다. 공식 발표

SEC가 확인하려는 것은 새로운 거래 방식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다. 제한된 환경에서 운영하고, 그 결과를 이후 규칙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SEC 위원 성명

왜 종목과 거래량까지 제한할까?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는 규모에는 한도가 붙는다.

구분 최대 종목 수 종목별 거래량 한도
Tier 1 75종목 원주 전월 일평균 거래량의 0.25%
Tier 2 250종목 원주 전월 일평균 거래량의 2.5%

Tier는 실험의 진행 단계가 아니라 기존 시장 기준에 따른 종목 분류다. 거래량은 일평균 기준으로 비교하며, 관계된 TSV의 거래도 합산한다.

같은 종목의 거래량 한도를 처음 넘으면 재발을 막아야 한다. 이후 다시 넘으면 해당 종목 거래를 3개월간 중단해야 한다. 이 단계적 대응은 거래량에 적용되며, 종목 수 초과까지 봐주는 규정은 아니다. 한도와 초과 규칙: SEC 명령 II.F

SEC 위원 성명도 이번 면제를 종목 수와 거래량 한도가 붙은 통제된 실험으로 설명한다. 새 거래 공간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보고 장기 규칙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SEC 위원 성명

내 해석을 덧붙이면, 새 거래 공간의 가격이 기존 시장과 어긋나거나 거래가 한쪽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 처음부터 크게 열기보다 작게 시작하는 이유로 읽힌다.

공개 블록체인인데, 왜 출입 허가가 필요할까?

블록체인은 누구나 쓴다는데, 거래에는 허가가 필요하다. 모순처럼 들린다. 하지만 기록을 공개하는 것과 거래를 허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거래 규칙을 실행하는 프로그램인 스마트계약은 공개되고 감사 가능해야 한다. 올라가는 장부도 공개형·비허가형 분산원장이어야 한다. 반면 거래 참여에는 신원 확인과 접근 기준에 따른 승인 절차가 붙는다. 공식 발표 · SEC 명령 II.A·III.f

장부는 공개, 출입은 허가제.

건물의 설계도와 운영 규칙을 공개한다고 아무나 모든 방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래가 어떤 규칙으로 처리되는지 확인하게 하면서, 거래할 수 있는 사람은 제한할 수 있다.

공개된 장부 앞에서 출입증을 확인하는 코타
장부의 공개 여부와 거래 참여 자격은 별개의 문제다.

그럼 주말에도 애플 주식을 살 수 있을까?

SEC는 TSV에 운영시간과 24시간·주 7일 거래 제공 여부를 공개하도록 요구한다. 모든 TSV가 상시 거래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운영자는 시작 최소 30일 전 공개 공지도 해야 한다. SEC 명령 II.C·III.r

2026년 9월 23일 기준 이번 조사에서는, 해당 면제에 따라 실제 운영을 시작한 TSV를 확인하지 못했다. 이 발표를 ‘이제 애플 토큰을 살 수 있다’로 읽으면 안 된다.

지금의 변화는 새로운 거래 서비스를 만들 제도적 통로가 생겼다는 것이다. 실제 이용 여부는 플랫폼의 개장 공지, 취급 종목, 참여 조건을 따로 확인해야 한다.

한국도 움직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9월 4일 토큰증권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관련 법 시행 예정일은 2027년 2월 4일이다.

1단계에서는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MMF·사모사채, 신탁 방식을 이용한 비상장주식 토큰화 등을 추진한다. 예탁원과 증권사 등의 시스템을 연결하며 단계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하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정책방향

미국과 구조가 같지는 않다. 다만 기존 주식·채권·펀드를 기록하는 방식까지 바꾸려 한다는 방향은 함께 볼 만하다.

KOTA가 보는 포인트

내가 흥미롭게 보는 건 주식을 산 뒤의 과정이다. 화면에 ‘매수 완료’가 뜨려면 뒤에서 돈과 증권을 넘기고, 누가 얼마를 소유하는지 기록해야 한다.

토큰화가 던지는 질문은 이 과정 중 어디까지 블록체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가다. 기록을 맞추는 수고가 줄어들지, 거래시간을 늘려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기존 증권사와 거래소가 곧 사라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익숙한 금융 시스템에 새로운 장부와 거래 방식을 어디까지 넣을지 시험하는 단계다.

막상 서비스가 나오면 사람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할지 궁금하다. 블록체인이라는 이름보다 수수료, 거래시간, 사용 편의성, 문제가 생겼을 때의 대응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결국 사람들이 기존 방식을 바꿀 만큼 편해지는지가 이번 실험에서 보고 싶은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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