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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베팅과 잦은 매매, 무엇이 내 계좌를 더 흔들었을까

2026.09.18  ·  코타킴  ·  트레이딩

트레이딩에서 가장 먼저 관리해야 하는 것은 최대손실이라고 배웠다.

현재 보유한 포지션의 전체 R을 제한하고, 계좌의 MDD가 커지기 전에 베팅을 줄이는 것.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내가 한 번에 열어두는 전체 R이 너무 큰 것은 아닌지 계속 고민했다.

그런데 실매매를 돌아보면서 다른 의문이 생겼다. 내 계좌가 가장 나빠졌던 시기는 큰 비중을 실었을 때가 아니었다. 수익을 짧게 실현하고 같은 종목을 계속 사고팔며 매매 횟수를 늘렸을 때였다.

그렇다면 내가 먼저 줄여야 하는 것은 베팅의 크기일까, 매매의 횟수일까.

R, CAGR, MDD란 무엇인가

이 글에서 말하는 R은 현재 보유한 모든 포지션이 각각 정해둔 손절가에 도달했을 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체 손실이다.

종목마다 현재가와 손절가(SL)의 차이에 보유 수량을 곱하고, 그 손실을 모두 합산한다. 이 금액이 계좌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지금 계좌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여러 종목을 보유하고 있고 모든 종목이 각자의 SL에 닿았을 때 계좌에서 5%를 잃게 된다면 현재 R은 5%다.

CAGR은 연평균 복리수익률이다. 일정 기간 동안 자산이 복리로 매년 평균 몇 퍼센트씩 성장했는지를 보여준다.

MDD는 최대낙폭이다. 계좌가 가장 높았던 시점에서 이후 저점까지 얼마나 크게 하락했는지를 뜻한다. 예를 들어 계좌가 1억 원까지 올랐다가 7,500만 원으로 내려갔다면 MDD는 25%다.

CAGR이 자산의 성장 속도를 보여준다면, MDD는 그 수익을 얻는 과정에서 계좌가 얼마나 크게 흔들렸는지를 보여준다.

상승을 예상하면서도 계속 사고팔았다

종목의 상승추세가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조금 오르면 팔았다. 수익을 확정하면 위험이 줄어든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매도한 뒤에도 상승 관점이 그대로였다는 것이다.

다시 강해 보이면 더 높은 가격에 샀고, 조금 오르면 또 팔았다. 같은 종목을 며칠 동안 매일 거래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하나의 좋은 아이디어를 길게 가져간 것이 아니라, 하나의 추세를 여러 번의 짧은 매매로 잘게 나눴다.

매매할 때마다 수수료와 슬리피지가 발생했다. 진입 가격은 점점 높아졌고, 매수와 매도 판단을 반복하면서 심리적으로도 불안해졌다.

무엇보다 수익의 크기가 작아졌다. 손실은 처음 정한 SL까지 열어두면서 수익은 작은 흔들림에도 계속 확정했다.

나는 위험을 줄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줄어든 것은 손실보다 이익의 크기에 가까웠다.

팔 때마다 전체 R이 다시 커졌다

좋은 위치에서 매수한 포지션을 그대로 보유하면 가격이 오를수록 그 포지션이 전체 R에 더하는 위험은 줄어든다.

처음에는 진입가와 SL 사이의 손실 가능 금액이 전체 R에 포함된다. 하지만 가격이 상승하고 SL을 진입가 근처로 올리면 처음 감수했던 손실 가능성은 대부분 사라진다. 다른 포지션에 변화가 없다면 계좌의 전체 R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그 상태에서는 새로운 위험을 만들지 않고도 추세에 계속 참여할 수 있다.

반대로 수익을 실현하고 더 높은 가격에 다시 진입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새로운 진입가와 새로운 SL 사이에 손실 가능 금액이 생기고, 줄어들었던 전체 R이 다시 커진다.

같은 상승추세를 거래하면서도 매도와 재진입을 반복할 때마다 새로운 위험을 계좌에 추가한 셈이다.

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자주 팔았지만, 실제로는 팔고 다시 살 때마다 줄여놓은 R을 다시 만들고 있었다. 그냥 보유했다면 SL이 올라가면서 전체 R은 자연스럽게 줄었을 것이다.

내게 잘 맞았던 자리는 조용했다

오히려 성과가 좋았던 매매는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종목을 빠르게 사고판 경우가 아니었다.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던 종목이 한동안 횡보하고, ATR이 낮아지며,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구간이었다.

ATR은 일정 기간 동안 가격이 얼마나 크게 움직였는지를 보여주는 변동성 지표다. ATR이 낮다는 것은 최근 가격 움직임이 비교적 작았다는 뜻이다.

물론 ATR이 낮다고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장기 상승 구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가격과 변동성이 함께 눌린 구간에서는 내가 감수하는 위험에 비해 기대할 수 있는 움직임이 큰 경우가 많았다.

이런 자리에서는 작은 흔들림에 잘리지 않도록 SL을 비교적 여유 있게 두었다. 조건이 충분히 맞는다고 판단하면 비중도 크게 실었다.

이후 상승추세가 시작되면 작은 수익에 매도하지 않고 추세가 유지되는 동안 보유했다. 가격이 올라가면 SL도 함께 올려 전체 R을 줄였다.

돌이켜보면 내게 잘 맞았던 방식은 '작게 자주'가 아니었다. 좋은 자리를 오래 기다렸다가 충분히 사고, 틀리면 정해둔 가격에서 나오고, 맞으면 길게 보유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내 R이 컸던 이유

내 계좌의 전체 R이 크게 보였던 데에는 자산 구조의 영향도 있었다.

트레이딩 계좌는 현재 내 전체 자산의 약 10% 정도다. 현재 보유한 포지션의 전체 R이 트레이딩 계좌의 5%라고 해도, 전체 자산을 기준으로 보면 약 0.5%다.

계좌 기준으로는 큰 위험처럼 보여도 내 자산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그래서 비교적 큰 R을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감당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점을 고려하지 않고 계좌의 R을 기계적으로 낮추면 내 실제 위험 감수 능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지금의 R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트레이딩 계좌가 성장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 같은 5%의 R이 만드는 실제 손실도 함께 커진다.

지금은 감당할 수 있는 변동이 나중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변동이 될 수 있다. 계좌를 장기적으로 키운다면 계좌 비중이 커질수록 허용하는 전체 R을 낮추는 방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MDD를 가장 낮게 만드는 것이 답일까

여기서 또 하나의 고민이 생긴다. 계좌가 덜 출렁이는 전략이 언제나 더 좋은 전략일까.

MDD를 줄이기 위해 전체 R을 지나치게 낮추면 내가 잘하는 자리에서도 충분한 수익을 내기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장기적인 CAGR이 더 좋아진다면, 내가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의 MDD는 받아들이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내 목표는 가장 매끄러운 수익곡선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높은 수익을 위해 견디기 어려운 낙폭을 무조건 감수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결국 찾아야 하는 것은 내가 실제로 버틸 수 있으면서도 좋은 기회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CAGR과 MDD의 조합이다. 최대손실을 관리하는 것과 최대손실을 무조건 가장 작게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일 수 있다.

지금 검토하고 있는 방법

아직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지금은 백테스트와 실매매 복기를 함께 보면서 몇 가지 방법을 조합해보고 있다.

첫 번째는 현재 보유한 포지션의 전체 R과 계좌 손익인 PnL을 함께 보면서 매매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전체 R이 같아도 계좌가 고점에 있을 때와 손실이 이어지고 있을 때의 부담은 다를 수 있다. 최근 손익이 나빠지거나 계좌가 고점에서 멀어질수록 새로운 진입과 베팅 크기를 줄인다. 반대로 계좌가 조금 회복됐다고 바로 공격적으로 전환하지 않고, 정해둔 기준을 충족했을 때만 원래 크기로 돌아간다.

두 번째는 터틀 트레이딩의 자금 축소 규칙이다. 계좌가 기준 자본에서 10% 하락할 때마다 실제 운용금액을 20%씩 줄인다. 연속 손실이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자동으로 베팅이 작아지고, 정해둔 자본을 회복한 뒤에만 다시 늘린다.

세 번째는 진입 후 처음 정한 SL에 닿기 전까지 불필요하게 매도하지 않는 것이다. 가격이 유리하게 움직이면 추적 SL을 올리되, 작은 수익을 지키겠다는 이유만으로 상승추세 중간에서 계속 내리지 않는다. 상승 관점과 보유 조건이 유지된다면 수익을 짧게 확정하기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 있다.

네 번째는 같은 종목의 반복 매매를 하나의 투자 아이디어로 묶어 보는 것이다. 같은 상승 논리로 한 종목을 여러 번 사고팔았다면 기록상으로는 여러 거래여도 사실상 하나의 아이디어다. 전체 보유 기간에 발생한 비용, 반복 진입으로 다시 늘어난 R, 최종 손익, 매도 후 추가 상승폭을 함께 봐야 실제 성과를 알 수 있다.

나에게 맞는 룰을 찾는 중이다

이 방법들을 전부 적용할지, 일부만 조합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백테스트에서는 전체 R의 상한과 자금 축소 조건을 바꿔가며 CAGR과 MDD를 비교하려 한다. 실매매에서는 보유 기간, 반복 진입 횟수, 진입 전후 전체 R의 변화, 매도 후 추가 상승폭을 함께 기록할 생각이다.

확인하고 싶은 것은 단순하다. 전체 R을 낮추는 것이 정말 내 계좌를 좋게 만드는지, 아니면 좋은 포지션을 오래 보유하고 불필요한 매매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한지다.

큰 베팅이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번의 성공이 실력인지, 좋은 시장에서 얻은 결과인지도 더 확인해야 한다.

다만 지금까지 내 계좌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큰 베팅보다 잦은 매매에 가까웠다. 계좌가 조금 더 출렁이더라도 장기적인 결과가 좋아지고, 그 변동을 내가 실제로 감당할 수 있다면 받아들일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은 정답을 정하는 단계가 아니다. 내가 어떤 자리에서 돈을 벌었고, 어떤 행동을 반복했을 때 계좌가 나빠졌는지 확인하면서 나에게 맞는 R과 MDD의 조합을 찾고 있다.

이 사이트의 글은 필자 개인의 연구 기록이며 소속 기관의 견해가 아닙니다.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으며, 게시된 수치는 과거 데이터를 이용한 백테스트 결과로 미래 성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