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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리버모어 — 지금 돈 2조 원을 벌고도 파산한 트레이더

2026.09.17  ·  코타킴  ·  트레이딩 연구  ·  6분

어떤 사람인가

제시 리버모어는 20세기 초 월스트리트에서 활동한 트레이더다. 열네 살에 증권사 시세판에 가격을 적는 일을 시작했고, 숫자의 움직임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찾았다.

1907년 금융위기와 1929년 대공황 때 하락에 베팅해 큰돈을 벌었다. 특히 1929년에는 약 1억 달러를 벌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같은 사람이 평생 여러 번 파산했다.

리버모어가 흥미로운 이유는 성공과 실패가 모두 극단적이기 때문이다. 시장을 읽는 능력은 뛰어났지만, 자신의 원칙을 어겼을 때는 번 돈을 다시 시장에 돌려줬다.

지금 돈으로 얼마일까

리버모어가 1929년 시장 붕괴 당시 벌었다고 알려진 돈은 약 1억 달러다. 현재 환율만 단순 적용하면 약 1,370억 원이다.

하지만 1929년의 1억 달러는 지금의 1억 달러보다 가치가 훨씬 컸다. 미국 물가를 반영하면 현재 약 15억 달러, 한화로 약 2조 원에 해당한다.

정확한 수익은 감사된 거래 내역이 아니라 당시 보도와 후대의 기록을 바탕으로 한 추정치다. 그래도 개인 트레이더 한 명이 시장에서 벌었다고 알려진 금액으로는 압도적이다.

정말 실력이었을까

한 번의 큰 베팅이 우연히 맞았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리버모어에게는 현대적인 의미의 감사된 수익률이나 전체 거래 내역이 남아 있지 않다. 당시에는 지금보다 시장 규제가 약했고 레버리지도 컸다.

그럼에도 전부 운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는 1907년과 1929년처럼 서로 다른 시기에 큰 하락을 잡았다. 재산을 잃은 뒤 다시 시장에서 거액을 벌어낸 경험도 반복했다.

매매 방법도 구체적이었다. 가격과 거래 흐름을 관찰했고, 중요한 가격대를 돌파할 때 진입했다. 예상대로 움직이는 종목에만 추가하고, 큰 추세가 이어지는 동안 포지션을 보유했다.

따라서 가장 정확한 평가는 이렇다. 시장 방향을 읽고 큰 추세를 잡는 실력은 있었다. 하지만 그 실력을 안전하게 운용하고 번 돈을 지키는 능력은 부족했다.

1929년의 엄청난 수익도 실력만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방향을 찾아낸 것은 실력이지만, 2조 원 규모의 결과에는 집중 베팅과 레버리지, 그리고 시기가 맞아떨어진 운도 함께 작용했다.

전략 한 줄

틀린 매매는 빠르게 끝내고, 맞는 매매는 시장이 끝났다고 말할 때까지 기다린다.

리버모어는 큰돈이 종목을 고르는 순간보다 그 종목을 가만히 보유하는 시간에 만들어진다고 봤다. 방향을 제대로 잡았는데도 작은 수익에 만족해 팔아버리면 큰 추세는 내 수익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손실까지 오래 버틴 것은 아니다. 기다림은 수익이 나는 포지션에 필요한 태도다. 진입 근거가 깨진 포지션은 기다리는 대상이 아니라 정리할 대상이었다.

수익을 다루는 방식

리버모어는 처음부터 한 종목에 모든 자금을 넣기보다 시장이 자기 판단을 확인해줄 때 포지션을 늘렸다. 매수 후 가격이 오르면 추가하고, 떨어지면 더 사지 않았다.

지금 말하는 불타기와 비슷하다. 시장이 내 판단을 부정할 때 돈을 더 넣는 물타기와는 반대다. 맞는 포지션에만 자금을 추가해 큰 흐름을 크게 가져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추가매수는 위험도 함께 키운다. 방향이 맞을 때는 수익이 폭발하지만, 포지션 전체의 위험을 제한하지 않으면 한 번의 반전으로 손실도 커진다.

손절을 중시했는데 왜 파산했을까

손절은 한 거래의 손실을 제한한다. 하지만 계좌 대부분을 한 방향에 넣거나 레버리지를 크게 사용하면 손절을 해도 계좌 전체의 손실은 클 수 있다.

리버모어의 문제는 손절을 몰랐다는 게 아니다. 큰 확신이 생겼을 때 포지션을 과도하게 키웠고, 때로는 자신이 만든 원칙에서 벗어났다.

1908년에는 다른 트레이더의 조언을 믿고 면화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었다. 가격의 움직임보다 타인의 의견을 따른 거래였다. 이후 1915년에는 파산을 신청했다.

그는 다시 재기해 1929년 거대한 부를 만들었다. 그러나 1934년 마지막 파산 당시에는 약 250만 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었다. 정확히 어떤 거래에서 재산 대부분을 잃었는지는 명확하게 남아 있지 않다.

리버모어의 성공과 파산은 같은 구조에서 나왔다. 큰 흐름이 보이면 강하게 베팅했고, 방향이 맞으면 엄청난 돈을 벌었다. 반대로 판단이 틀리거나 원칙을 어기면 계좌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상됐다.

결국 그는 돈을 버는 기술은 뛰어났지만 번 돈을 지키는 기술은 부족했다. 매매 우위는 있었지만 파산 확률까지 낮춘 완성된 운용 시스템은 없었던 셈이다.

인생에서 가져갈 점

리버모어에게서 배울 것은 대담한 예측만이 아니다. 맞는 포지션을 오래 가져가는 인내와 틀렸을 때 빠르게 인정하는 태도다.

동시에 그의 실패도 함께 봐야 한다. 아무리 큰돈을 벌어본 사람도 한 번의 과도한 베팅으로 다시 무너질 수 있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수익을 만드는 규칙만큼 번 돈을 지키는 규칙이 필요하다.

매매 전에 세 가지를 정해두면 된다.

리버모어식 매매를 지금 적용한다면 마지막에 한 문장을 더 붙여야 한다.

틀린 종목은 버티지 말고, 맞는 종목은 서둘러 팔지 말 것. 그리고 한 번의 확신에 계좌 전체를 걸지 말 것.

대표 문장

큰돈은 사고파는 데서가 아니라 기다리는 데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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