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을 지키려고 나한테 필요한 앱을 만들기 시작했다
룰을 못 지키는 이유는 대부분 의지가 아니다.
계산이 귀찮아서다.
진입할 때마다 ATR을 보고 손절가를 잡고, 거기서 물량을 역산하고, 지금 걸린 총 위험이 한도를 넘는지 확인해야 한다.
장 열리고 5분 안에 이걸 다 하려면 결국 대충 하게 된다.
대충 한 계산으로 들어간 자리는 대충 나오게 된다.
그래서 나를 위한 도구부터 만들기로 했다.
캡처 한 장이 전부다
처음엔 명령어 방식으로 만들었다.
ㅅ 종목 이유 같은 형식이었는데 한 달도 못 갔다. 형식을 외우는 게 또 하나의 귀찮음이었다.
그래서 전부 없애고 캡처만 보내는 방식으로 바꿨다.
- 증권사 잔고 화면 캡처 → 보유 종목이 갱신된다
- 매매일지 캡처 → 손익이 기록된다
내가 하는 건 스크린샷 찍어서 던지는 것뿐이다.
숫자를 옮겨 적지 않고, 파일을 열지 않고, 형식을 외우지 않는다.
이걸 안 지킬 이유가 없어야 룰이 지켜진다.
봇이 대신 해주는 것
진입 전 — 종목과 걸 금액을 말하면 손절가와 물량을 계산해준다. 손절가는 진입봉 저가에서 ATR만큼 뺀 자리다. 여기서 물량이 나온다.
보유 중 — 추적 손절가를 매일 갱신한다. 올라가기만 하고 내려오지 않는다.
한도 관리 — 지금 걸린 총 위험이 계좌 대비 몇 %인지 보여준다. 한도를 넘으면 새 진입을 막는다.
감시 — 손절가에 닿으면 알려준다. 코인은 24시간 돌아가니까 자고 있을 때도 본다.
실제로 이런 알림이 온다
숫자와 종목은 예시다.
[08:20] 오늘의 체크
보유 3종목 · 총 위험 1.8% (한도 3.0%)
ABCD 스톱 12,400 (어제 12,150)
EFGH 스톱 8,900 (변동 없음)
IJKL 스톱 31,200 (어제 30,800)
[09:32] 스톱 근접
ABCD 현재가 12,450 / 스톱 12,400
[14:07] 스톱 도달 → 매도
ABCD 12,400 전량
손실 −1.0R
아침에 한 번, 스톱이 가까워지면 한 번, 청산되면 한 번.
이 세 가지 말고는 말을 걸지 않는다.
트레이딩 앱이 계속 알림을 보내면 결국 알림을 꺼버리게 된다.
왜 R로 보는가
손익을 원으로 보면 비교가 안 된다.
100만원 벌었다는 게 잘한 건지 운이 좋았던 건지 알 수 없다.
R은 한 번 매매에서 잃기로 정한 금액이다.
−1.0R은 계획대로 잃은 것이고, −2.3R은 룰을 어긴 것이다.
같은 손실 금액이라도 이 둘은 완전히 다른 사건이다.
원으로 보면 안 보이고 R로 봐야 보인다.
다음은 앱이다
지금은 텔레그램 봇이라 나만 쓴다.
여기서 나온 기록을 보면서 앱을 만들고 있다.
trade-r.io
이름의 R은 Risk, Rule, Record 세 가지다.
아직 초대코드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
만들면서 정한 원칙이 하나 있다.
앱이 채점하지 않는다.
처음엔 룰을 지켰는지 ✓/✗로 표시하는 화면을 만들었는데, 써보니 혼나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계획한 값과 실제 값을 나란히 보여주기만 한다. 판단은 쓰는 사람이 한다.
나는 선생이 아니라 도구를 만들고 싶다.
지금은 친구들한테 보여주면서 고치는 중이다
혼자 만들면 내가 쓰기 편한 것만 만들게 된다.
그래서 주변 트레이더들한테 먼저 열어주고 반응을 보고 있다.
첫 사용자는 화면만 보고 "뭐 하는 앱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로그인 화면에 설명이 한 줄도 없었던 게 원인이었다. 라벨만 있고 문장이 없었다.
이런 건 혼자서는 절대 안 보인다. 만든 사람은 이미 알고 있으니까.
앱을 열면 유명 트레이더의 문장이 한 줄씩 뜨는데, 이건 친한 트레이더분이 낸 아이디어다. 매일 같은 화면을 여는 도구라면 그 순간에 뭔가 한 줄 읽히는 게 낫다는 얘기였고, 듣자마자 넣었다.
개발 과정은 이 메뉴에 계속 적을 생각이다.